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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025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9 후기 | 오래 머물렀던 세 명의 작가 이야기

by 전시 읽는 사람 2026. 7. 11.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는 해마다 꼭 한 번은 찾게 되는 전시입니다.

수백 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공간이라 갈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거든요.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9 역시 기대를 안고 다녀왔습니다.

 

사실 서일페는 굿즈를 사러 가는 행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예쁜 문구와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저에게는 '앞으로 오래 기억하게 될 작가를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수많은 부스를 둘러봤지만 유난히 오래 머물렀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레터프롬(A LETTER FROM), 고산타, 그리고 최정연 작가의 부스였습니다.

세 작가의 그림은 분위기도, 표현 방식도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전시장을 나온 뒤에도 계속 생각난다는 점입니다.

서일페에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멈춘 어레터프롬

2025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9 후기 ❘ 오래 머물렀던 세 명의 작가 이야기 - 어레터프롬
어레터프롬

 

수백 개의 부스 사이를 걷다 보면 이상하게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는 곳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어레터프롬이 바로 그런 부스였습니다.

멀리서도 화사한 색감이 눈에 들어왔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림 하나하나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란색과 분홍색, 초록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따뜻한 색감, 사랑스러운 동물들과 식물, 그리고 일상을 담아낸 그림들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직접 토핑 스티커를 붙여 완성하는 생일카드였습니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꾸며 완성하는 방식이라 작은 놀이를 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결국 단추 엽서와 토핑 생일카드, 단추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메모패드까지 하나둘 구매하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인연은 계속되었습니다. 새로운 굿즈가 나왔는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종종 찾아보게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팬이 되어 있더라고요.

좋은 그림은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그림이 진짜 오래 남는 작품이라는 걸 어레터프롬을 통해 느꼈습니다.

 

직접 만난 강한 작가님의 모습도 작품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환한 미소와 밝은 에너지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모습이 부스 전체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그래서 작품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 속 뮤즈가 되는 경험, 고산타

2025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9 후기 ❘ 오래 머물렀던 세 명의 작가 이야기 - 고산타
고산타

 

고산타 작가를 오래 바라보게 된 계기는 함께 간 친구였습니다. 친구가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 자연스럽게 부스 앞에 머물게 되었는데, 작품을 보다 보니 금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고산타 작가의 그림은 누구를 그리더라도 작가만의 스타일이 분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단순히 얼굴을 닮게 그리는 초상화가 아니라, 그림 속 인물이 모두 고산타의 세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그의 그림 속 뮤즈가 되는 경험이라고 표현하면 가장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 인연은 서일페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해 겨울, 친구와 함께 부산에 있는 작업실을 예약해 직접 찾아갔습니다.

각자의 가족들과 함께 찍은 추억 사진을 건네드렸고, 그 사진은 고산타 작가만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작업 과정이었습니다. 핑크와 블루를 중심으로 사람을 표현하고, 그날의 옷차림과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즉석에서 작품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거든요. 평범한 가족사진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시간 자체가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도 집에 걸려 있는 가족 그림을 볼 때마다 부산에서 보냈던 하루가 함께 떠오릅니다.

사진은 시간을 기록하지만, 그림은 그날의 감정까지 함께 남겨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작가였습니다.

평범한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그린 최정연

2025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9 후기 ❘ 오래 머물렀던 세 명의 작가 이야기 - 최정연
최정연

 

최정연 작가의 부스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작품 속에는 우리가 산책을 하며 흔히 마주하는 나무와 숲, 초록빛 풍경이 담겨 있었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 작가의 손을 거치니 전혀 다른 풍경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더 친근했고,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특히 여름을 닮은 초록의 표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한 가지 초록이 아니라 수많은 초록이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그 색감만으로도 숲속 공기와 햇살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꾸덕하게 올라간 물감의 붓터치도 무척 좋았습니다. 화면 위에 남아 있는 붓의 결과 물감의 두께는 디지털 인쇄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회화만의 깊이를 보여주었고, 그 질감 덕분에 평범한 풍경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화려하지 않아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그림.
최정연 작가의 작품은 여름날 숲길을 천천히 산책하고 돌아온 것 같은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직접 다녀온 관람 팁

  • 마음에 드는 부스가 있다면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머물러 보세요.
  • 작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서일페만의 큰 매력입니다.
  • 명함이나 엽서를 챙겨 두면 전시가 끝난 뒤에도 작가의 활동을 계속 응원할 수 있습니다.
  • 굿즈만 보지 말고 작품 자체를 천천히 감상해 보세요. 오래 기억에 남는 작가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 인기 작가 부스는 사람이 많아 천천히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평일 오전이나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FAQ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는 굿즈만 구매하는 행사인가요?

아닙니다. 다양한 작가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국내 대표 일러스트 전시입니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명함이나 SNS를 받아두면 이후에도 신작이나 개인전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어레터프롬은 전시 이후에도 꾸준히 찾아보고 있습니다.

작가와 직접 소통할 기회도 있나요?

대부분의 부스에는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구매한 굿즈에 사인을 받는 등 서일페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9는 단순히 예쁜 굿즈를 구매했던 전시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싶은 작가들을 만난 하루로 남아 있습니다.

 

어레터프롬은 제 일상을 조금 더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고, 고산타는 가족의 추억을 하나의 작품으로 남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최정연은 늘 곁에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습니다.

 

전시는 끝났지만 작품은 여전히 제 일상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전시는 관람하는 순간보다, 전시장을 나온 뒤 얼마나 오래 마음에 머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는 저에게 그런 전시였습니다.

수백 명의 작가를 만났지만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결국 제 마음을 움직인 세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4일간 열리는 서일페 V.21도 가장 먼저 '새로운 작가를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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