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식물과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유니스의 정원은 오래전부터 종종 찾던 공간입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물을 구경하고, 온실을 천천히 산책하며 커피 한잔하기에도 좋아 친구들과 자주 찾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커피나 한잔 더 할까?"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유니스의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이곳 앞을 지날 때마다 한 가지 궁금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입구 주변에 이전에는 없던 커다란 조형물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운전 중이라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어? 뭔가 바뀌었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쳤던 그 풍경의 정체를 이날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Jean Jullien)의 전시였습니다.
평소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저에게는 꽤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런던과 파리, 뉴욕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장 줄리앙이 안산의 유니스의 정원을 직접 방문해 공간을 둘러보고,
자신의 작품을 설치해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완성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식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찾게 되는 공간
유니스의 정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한 식물 때문만은 아닙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과 다양한 열대식물, 잘 관리된 정원과 온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잠시 머물기만 해도 기분이 편안해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반겨주는 꽃들은 색감이 무척 선명했습니다. 진한 분홍빛 꽃송이들은 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공간 전체를 환하게 만들어 주었고, 천장을 향해 곧게 자란 식물들과 커다란 다육식물들은 식물원 특유의 생동감을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유니스의 정원은 식물을 감상하는 공간이면서도 잠시 일상을 쉬어갈 수 있는 쉼터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실내 온실은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와 식물의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났습니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덕분에 답답함이 전혀 없었고, 곳곳에 놓인 다양한 식물들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유니스의 정원에서 만난 장 줄리앙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던 중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얼굴, 장난기 가득한 표정, 강렬한 색감. 바로 장 줄리앙의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작품들이 억지스럽게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창문을 가득 채운 캐릭터들은 마치 원래부터 그 공간의 일부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식물들 사이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장 줄리앙의 작품은 어렵지 않습니다.
설명을 오래 읽지 않아도 미소가 지어지고, 복잡한 해석을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고, 어른들은 그 안에 담긴 유머와 따뜻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예상치 못한 전시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작품들을 하나씩 발견할수록 '이 전시는 왜 식물원에서 열렸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식물과 예술이 가장 자연스러웠던 이유
이번 전시가 더욱 인상 깊었던 이유는 식물과 작품이 경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전시는 작품이 공간의 중심이 되지만, 이곳에서는 식물도 작품이 되고, 장 줄리앙의 그림도 하나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면서 공간 전체가 하나의 설치미술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일상 속 공간에서 우연히 예술을 만나는 경험은 또 다른 감동을 선물해 주는 것 같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좋아하는 저에게는 무척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직접 다녀온 관람 팁
- 커피를 마시기 전 온실부터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작품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아 걸으며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사진 촬영하기 좋은 공간이 많아 여유 있게 시간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 식물도 함께 감상하면 전시가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 친구나 가족과 함께 방문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 작품만 빠르게 보고 나오기보다는 공간 전체를 천천히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전시는 식물과 건축, 작품이 함께 만들어내는 분위기까지 감상해야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FAQ
장 줄리앙 전시는 미술을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나요?
네. 작품이 어렵지 않아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유니스의 정원은 전시만 보러 가도 괜찮을까요?
전시뿐 아니라 식물원과 카페, 정원이 함께 있어 반나절 정도 여유롭게 머물기 좋은 공간입니다.
사진 촬영은 많이 할 수 있나요?
식물과 작품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 많아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전시였습니다.
마무리
계획했던 전시가 아니라 우연히 마주한 전시였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찾은 공간에서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만나고, 커피 한잔의 여유와 함께 예술까지 즐길 수 있었던 시간. 꼭 거창한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예술은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시는 일부러 찾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순간 우연히 마주했을 때 더 큰 기쁨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유니스의 정원에서 만난 장 줄리앙은 제게 그런 전시였습니다.
※ 관람 정보와 운영 내용은 방문 시기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유니스의정원 – “마음속에 초록나무 한 그루를 키우면, 노래하는 새가 날아들 것입니다.”
1975년, 밭과 과수원이었던 자리에 산벚나무, 단풍나무, 실향나무 묘목을 심고 가꾼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보잘것 없던 묘목들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굳게
eunicesgarden.com
'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9 후기 | 오래 머물렀던 세 명의 작가 이야기 (1) | 2026.07.11 |
|---|---|
| 김홍도 미술관 | 정조가 아꼈던 화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다 (0) | 2026.07.11 |
| Part 2. 2025년 론 뮤익 전시 후기 |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조각 (0) | 2026.07.08 |
| Part 1. 2025년 론 뮤익 전시 후기 | 실제보다 더 진짜 같았던 인간의 얼굴 (0) | 2026.07.08 |
|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미술] 전시 후기 | Part 2. 생활이 예술이 되는 순간 (0) | 2026.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