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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미술] 전시 후기 | Part 2. 생활이 예술이 되는 순간

by 전시 읽는 사람 2026. 7. 5.

Part 1에서는 일본 미술을 관통하는 장식과 반장식, 아와레와 유희, 그리고 절제가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전시를 둘러볼수록 일본 미술의 아름다움은 특정 작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전체에 스며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생활 속에서 사용하던 물건들까지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냈다는 점이었습니다.

혼례를 위한 도구부터 이동 수단인 가마, 문방구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람들은 일상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시 후반부에서 만난 혼례 문화와 공예품을 중심으로 일본 미술이 어떻게 생활 속에서 완성되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미술] 전시 후기 ❘ Part 2. 생활이 예술이 되는 순간
무가의 혼례 도구는 무가 계급이 권력과 문화 면에서 가장 왕성한 시기를 맞이한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 (1573 ~ 1603) 부터 에도 시대 (1603 ~ 1868) 초기까지 제일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혼례 문화에 담긴 아름다움

혼례도구에도 담긴 품격

전시 후반부에서는 일본의 혼례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 이어졌습니다.

혼례는 단순히 결혼식을 치르는 의식이 아니라 가문의 전통과 품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였으며,

그만큼 사용되는 도구 하나에도 정성과 상징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전시장에는 혼례에 사용되었던 다양한 공예품과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화려한 장식으로 시선을 압도하기보다는 정교한 제작 기법과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처럼 느껴졌습니다.

"생활을 위한 물건이면서도 예술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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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노리모노 / 설명문

온나노리모노가 보여준 품위

가장 오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전시품은 온나노리모노(女乗物)였습니다.

온나노리모노는 에도 시대 지위가 높은 무사 가문의 여성이 이동할 때 사용하던 가마로,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신분과 품격을 상징하는 중요한 생활용품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봤다면 크기나 형태 정도만 눈에 들어왔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시장에서는 옻칠과 금장식, 섬세한 문양이 조화를 이루며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화려하기만 한 장식이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감이었습니다.

어느 한 부분만 과하게 꾸며져 있지 않았고, 장식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품격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Part 1에서 살펴본 '절제의 미학'이 생활 속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례 문화와 온나노리모노를 함께 살펴보니 일본에서는 중요한 순간을 위한 물건일수록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실용성을 넘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했던 것입니다.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미술] 전시 후기 ❘ Part 2. 생활이 예술이 되는 순간
단풍 든 담쟁이로 뒤덮인 울타리를 그린 벼루 상자 - 에도 시대 17세기

생활을 예술로 만든 일본 공예

마키에가 들려준 공예의 가치

공예 분야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에도 시대의 마키에 담쟁이 울타리무늬 벼루 상자였습니다.

처음에는 벼루를 보관하는 상자 정도로 생각했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하나의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키에는 옻칠이 마르기 전에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려 문양을 표현하는 일본 전통 공예 기법입니다. 설명을 읽고 다시 작품을 보니 담쟁이가 울타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뻗어가는 모습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고, 화려하기보다 차분한 아름다움이 오래 남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런 뛰어난 공예 기술이 특별한 장식품이 아니라 문방구에도 사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글을 쓰기 위한 벼루 상자 하나에도 장인의 손길과 미의식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일본 공예가 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생활용품이 작품이 되다

전시를 둘러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생활과 예술의 경계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혼례도구도, 가마도, 벼루 상자도 모두 일상에서 실제 사용되던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능만을 위한 물건으로 만들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수록 가치가 느껴지는 공예품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일본 미술이 회화나 조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예 분야까지 크게 발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을 특별한 공간에만 두지 않고 생활 속으로 가져온 것이 일본 공예의 가장 큰 특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일본 미술이 단순히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일상의 물건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했는지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관람하며 느낀 점

전시를 보기 전에는 일본 미술을 떠올리면 우키요에나 화려한 병풍처럼 눈에 띄는 작품부터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시를 모두 둘러보고 난 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오히려 절제된 색감과 생활 속 공예품들이었습니다.

 

사치 금지령 이후 검소함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에도 시대의 미의식은 혼례 문화와 공예품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화려함을 줄인 대신 균형과 조화,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선택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혼례도구와 온나노리모노, 마키에 벼루 상자를 차례대로 살펴보면서 일본 미술은 박물관 안에서만 존재하는 예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완성되는 문화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유명한 작품을 많이 본 전시로 기억되기보다, 일본인이 오랫동안 지켜온 미의식을 이해하게 된 시간으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그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시대와 문화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관람이었습니다.

 

일본 미술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화려한 작품만 기대하기보다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철학과 생활문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작품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뿐 아니라 일본 미술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