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작품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와 마지막 걸작 이야기ㅣ붓 대신 가위를 든 화가

전시 읽는 사람 2026. 7. 27. 16:19

앙리 마티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춤》이나 《붉은 방》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카루스(Icarus)》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종이 오리기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탄생한 이야기를 알고 나니, 《이카루스》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붓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가위를 들었습니다

1941년 큰 수술을 받은 마티스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없었습니다.

침대와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커다란 캔버스 앞에 서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는 창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색을 칠한 종이를 가위로 잘라 자유롭게 배치하는 방식.

 

마티스는 이것을 '가위로 그리는 그림(Drawing with Scissors)'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를 컷아웃(Cut-out)이라고 부릅니다.

그에게 신체의 한계는 예술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이카루스》가 특별한 이유

《이카루스》는 1947년 출간된 책 《재즈(Jazz)》에 실린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검은 인체가 푸른 공간을 떠다니고, 가슴에는 붉은 심장이 빛나며, 주변에는 노란 별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는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추락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실패나 추락보다도 생명력과 자유를 더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단순한 형태와 색만으로도 강한 감정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와 마지막 걸작 이야기ㅣ붓 대신 가위를 든 화가 - 도서 [앙리 마티스, 신의 집을 짓다] 발췌. 앙리 마티스의 <재즈>의 한 페이지, 1947년
도서 [앙리 마티스, 신의 집을 짓다] 발췌. 앙리 마티스의 <재즈>의 한 페이지, 1947년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라"

 

앙리 마티스는 작품만큼이나 많은 명언을 남긴 화가이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가 사물에 다가갈 때 느끼는 신선함과 순진함을 보존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평생 어린 아이로 남아 있으면서도 세계의 사물들로부터 에너지를 길어 오는 성인이 되어야 한다."

 

 

이 문장은 마티스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시선을 잃지 않았고, 몸이 불편해진 뒤에도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아냈습니다.

저 역시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세상을 어린아이처럼 바라보는 호기심과, 끝까지 창작을 이어 가는 태도.

앙리 마티스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생 최고의 걸작,  방스 로사리오 예배당

말년에 마티스는 프랑스 남부 방스(Vence)에 위치한 로사리오 예배당 작업을 맡게 됩니다.

그는 건물의 구조뿐 아니라 제단, 십자가, 사제복,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시간에 따라 예배당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바꾸어 놓습니다.

 

마티스는 이 공간을 자신의 "인생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생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던 화가가 마지막에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것입니다.

 

 

방스 로사리오 경당 지붕&amp;#44; 흰색과 파랑색의 대조 효과 / 방스 로사리오 경당 지붕의 십자가 첨탑마티스가 디자인한 검정색 제의 전반&amp;#44; 1950-52년&amp;#44; 파리 퐁피두 센터
방스 로사리오 경당 지붕, 흰색과 파랑색의 대조 효과 / 방스 로사리오 경당 지붕의 십자가 첨탑 / 마티스가 디자인한 검정색 제의 전반, 1950-52년, 파리 퐁피두 센터
『앙리 마티스&amp;#44; 신의 집을 짓다』에 수록된 방스 로사리오 예배당과 스테인드글라스 [생명의 나무]『앙리 마티스&amp;#44; 신의 집을 짓다』에 수록된 방스 로사리오 예배당과 스테인드글라스 [생명의 나무]
『앙리 마티스, 신의 집을 짓다』에 수록된 방스 로사리오 예배당과 스테인드글라스 [생명의 나무]

마티스가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

앙리 마티스는 색채를 혁신한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새로운 표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한계를 이유로 창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붓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가위를 들었고, 캔버스를 넘어 예배당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함께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앙리 마티스가 여전히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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