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는 왜 지금도 사랑받을까? | 그림보다 삶이 더 아름다웠던 화가
전시장에서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처음 마주하면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듭니다.
굵은 선, 단순한 형태, 강렬한 색.
누군가는 "생각보다 단순한데?"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알고 난 뒤에는 그림이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앙리 마티스는 단순히 색을 잘 사용한 화가가 아니라, 끝까지 새로운 방법으로 창작을 이어간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은 야수파의 대표 화가라는 이름보다, 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앙리 마티스를 함께 알아보려고 합니다.
법학도였던 청년, 우연히 그림을 만나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1869년 프랑스 북부 르카토캉브레지에서 태어났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는 처음부터 화가를 꿈꾼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는 법학을 공부했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뜻밖에도 병이었습니다.
20세 무렵 맹장염으로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던 그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머니가 사다 준 그림 도구를 처음 손에 쥐게 됩니다.
훗날 그는 이 순간을 "마치 천국을 발견한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취미였지만, 마티스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야수파'
1905년 파리의 가을 살롱전.
마티스와 젊은 화가들이 선보인 작품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얼굴은 초록색이고, 하늘은 노란색이었습니다.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본 한 평론가는 "마치 야수들 속에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비판이었지만, 그 말은 오히려 새로운 미술 운동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바로 야수파(Fauvism)입니다.
오늘날에는 현대미술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미술 사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평생 서로를 존중했던 라이벌, 피카소
앙리 마티스를 이야기할 때 자주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파블로 피카소입니다.
두 사람은 평생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자이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작품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평생 자극을 주고받았습니다.
피카소가 형태를 새롭게 해석했다면, 마티스는 색을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20세기 현대미술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데에는 이 두 거장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라울 뒤피가 존경했던 화가
라울 뒤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앙리 마티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뒤피는 마티스의 작품을 접한 뒤 색채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밝고 경쾌한 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방식은 이후 뒤피만의 대표적인 화풍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화가와 디자이너들이 마티스를 연구하는 이유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게 되다
1941년, 마티스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침대와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고, 커다란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붓을 내려놓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티스는 달랐습니다.
그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그릴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미술사에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가위를 들기 시작한 화가
마티스는 색종이에 직접 색을 칠한 뒤 가위로 잘라 붙이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작업을 '가위로 그리는 그림(Drawing with Scissors)'이라고 불렀습니다.
붓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된 것입니다.
이 작업은 훗날 '컷아웃(Cut-out)'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현대미술의 중요한 표현 기법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작품인 《이카루스》도 탄생하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마티스의 대표작인 《이카루스》를 중심으로 그의 말년 작품을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왜 그는 붓 대신 가위를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왜 말년에 완성한 작은 예배당을 자신의 인생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이카루스》, 그리고 방스 로사리오 예배당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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