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미술] 전시 후기 | Part 1. 일본인은 무엇을 아름다움이라 생각했을까?
일본 미술 전시는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넘어 일본인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미의식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화려한 작품을 기대하고 찾았지만,
막상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니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절제와 여백, 그리고 꾸미지 않은 듯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에서 관람했습니다.
단순히 시대별 작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식', '반장식', '아와레', '유희'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일본 미술의 흐름과 미의식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일본 미술이라고 하면 우키요에나 화려한 병풍처럼 눈에 띄는 작품부터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화려함보다 절제를, 작품보다 그 안에 담긴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이번 글에서는 전시가 전하고자 했던 첫 번째 이야기와,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절제의 미학까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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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무엇을 아름다움이라 생각했을까
전시를 관통하는 네 가지 키워드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보다 먼저 일본인의 미의식을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시장 초입에는 '장식', '반장식', '아와레', '유희'라는 네 가지 키워드가 제시되는데,
처음에는 각각 독립된 개념처럼 보였지만 전시를 따라갈수록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보통 미술 전시라면 시대별 작품이나 작가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이번 전시는 '왜 일본인은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작품을 보기 전에 먼저 미의식을 이해하게 하니 이후에 만나는 공예품과 회화, 생활용품까지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일본 미술은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한 미술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장식과 반장식, 그리고 아와레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장식'과 '반장식'이라는 대비였습니다.
처음에는 화려하게 꾸미는 것과 꾸미지 않는 것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설명을 읽다 보니 두 개념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공존하는 미의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장식은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문양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반장식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여백을 남기며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장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절제 자체를 하나의 미학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아와레(物哀れ)라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사물의 슬픔' 정도로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계절의 변화나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는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정에 가깝습니다.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도 영원히 피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잠시 피었다가 흩날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전시를 둘러보면서 화려한 작품보다 차분한 색감의 공예품 앞에 오래 머물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수수해 보였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고, 덜어낸 공간에서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유희'였습니다. 흔히 놀이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전시에서는 삶을 조금 더 가볍고 여유롭게 바라보는 태도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자연과 계절을 즐기고, 일상의 소소한 변화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각 역시 일본 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처럼 장식과 반장식, 아와레와 유희는 각각 독립된 개념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하나의 미의식이었습니다.
전시는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넘어 일본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온 아름다움의 기준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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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가 미학이 된 '에도 시대' (1603 ~ 1868)
사치 금지령이 만든 새로운 아름다움
전시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간은 에도 시대를 소개하는 구간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막부가 여러 차례 사치 금지령을 내리며 지나치게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 사용을 제한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통치 정책 정도로 생각했지만, 설명을 읽을수록 이것이 일본 미의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치가 금지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눈에 띄는 화려함을 줄이고 색의 조합과 직물의 질감, 문양의 배치처럼 조금 더 섬세한 부분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절제는 강요된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미학으로 발전한 셈입니다.
전시 설명문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은은한 멋과 품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에도 시대의 가치관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화려한 색보다 차분한 배색을, 복잡한 문양보다 간결한 선을 선택한 이유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당시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 낸 미의식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줄무늬 고소데에서 만난 절제의 미학
그 가운데 가장 오래 바라봤던 작품은 줄무늬 고소데였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전시품에 비해 화려하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설명을 읽고 다시 바라보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더라고요.
화려한 자수도 없고 강렬한 색채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단정한 줄무늬와 절제된 색의 조화만으로도 충분히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설명문에 적혀 있던 내용처럼 에도 시대에는 검소함 속에서도 세련된 멋을 표현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눈에 띄기 위한 화려함보다 오래 바라볼수록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미니멀리즘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일본 미술을 화려한 장식의 예술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에도 시대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나니, 일본 미술은 절제를 통해 완성되는 아름다움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꾸미지 않은 듯 보이는 미의식 뒤에는 수없이 고민하고 다듬은 시간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치밀한 균형과 섬세한 감각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일본 미술을 오래도록 사랑받게 만든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art 2에서 이어질 이야기
Part 2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혼례 문화와 온나노리모노, 그리고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공예 기법인 마키에를 중심으로 일본 미술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생활용품 하나에도 예술성을 담아낸 일본 공예의 매력과, 전시를 보고 난 뒤 느낀 점까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